50kW, 100kW, 200kW, 350kW.
숫자만 보면 간단합니다.
350kW 충전기가 100kW 충전기보다 3배 이상 빠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350kW 초급속충전기를 찾아갔는데 막상 충전을 시작해보면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충전기에는 350kW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 차량 화면에는 100kW나 150kW밖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충전기가 고장 난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350kW는 충전기가 공급할 수 있는 최대 출력이고, 실제 충전속도는 자동차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전력과 배터리 충전량·온도·상태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350kW는 정확히 무슨 뜻일까?
가장 먼저 350kW라는 숫자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충전기에 적힌 350kW는 쉽게 말하면 해당 충전기가 낼 수 있는 최대 출력입니다.
자동차에 연결하는 순간 항상 350kW가 들어간다는 뜻은 아닙니다.
충전기와 자동차가 서로 맞아야 한다
예를 들어 최대 350kW를 공급할 수 있는 충전기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런데 내 전기차가 최대 100kW 정도의 급속충전만 받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350kW 충전기에 연결한다고 해서 자동차가 갑자기 350kW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차량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충전됩니다.
쉽게 비유하면 수도관은 엄청 굵어도 집으로 들어가는 배관이 작으면 물을 무한정 많이 받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전기차를 살 때는 충전기의 출력뿐 아니라 내 차의 최대 급속충전 성능도 확인해야 합니다.
아이오닉5·EV6가 18분 충전을 강조하는 이유
350kW 초급속충전의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 아이오닉5와 기아 EV6입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가 350kW급 충전기를 이용할 경우 조건에 따라 배터리 10%에서 80%까지 약 18분이 걸린다고 안내합니다.
기아 EV6 역시 350kW 급속충전기를 기준으로 10%에서 80%까지 약 18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800V급 충전 시스템
아이오닉5와 EV6는 E-GMP 기반의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활용합니다.
이런 차량은 초급속 충전에 적합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350kW급 충전기의 장점을 상당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충전하는 18분 내내 350kW가 계속 들어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350kW 충전기를 이용했을 때 특정 조건에서 10→80% 충전에 약 18분이 걸린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정확합니다.
즉,
350kW 충전기 = 350kW가 계속 들어간다
가 아닙니다.
처음에는 빠른데 왜 갑자기 느려질까?
전기차를 실제로 충전해본 사람이라면 경험했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충전속도가 빠르게 올라갑니다.
그런데 배터리가 채워질수록 충전속도가 떨어집니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충전 커브(Charging Curve)라는 개념을 알아두면 좋습니다.
충전속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하지 않다
전기차는 배터리 충전량인 SOC(State of Charge)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충전전력을 조절합니다.
배터리 상태가 적절하고 충전량이 낮은 구간에서는 높은 전력을 받을 수 있지만 배터리가 많이 차면 충전전력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80% 이후에는 충전속도가 크게 낮아지는 차량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조사들이 급속충전 성능을 표시할 때
10% → 80%
기준을 많이 사용하는 것입니다.
10%에서 80%까지 18분이 걸렸다고 해서
80% → 100%도 5분 정도면 되겠네?
라고 계산하면 안 됩니다.
마지막 구간은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 충전속도가 크게 낮아질 수 있습니다.
겨울에는 350kW 충전기도 느려질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변수가 배터리 온도입니다.
같은 자동차, 같은 충전기라도 여름과 겨울의 충전속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추운 겨울에는 배터리 온도가 낮아져 충전전력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온도가 중요하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공식 자료에서 실제 충전시간은 고전압 배터리 상태, 충전기 사양, 외부온도, 배터리 온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그래서 일부 전기차에는 배터리 프리컨디셔닝 기능이 들어갑니다.
급속충전소에 도착하기 전에 배터리를 적절한 온도로 만들어 높은 충전성능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기능입니다.
특히 겨울철 초급속충전을 자주 이용한다면 내 차에 이 기능이 있는지, 어떻게 작동시키는지를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350kW인데 옆 차보다 느린 이유는?
충전소에서 재미있는 상황도 생깁니다.
내 차는 350kW 충전기에 연결했는데 옆 차량보다 훨씬 느립니다.
이때 충전기 고장을 의심하기 쉽지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차량마다 최대 충전성능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자동차입니다.
어떤 전기차는 높은 초급속충전을 지원하지만 다른 차량은 최대 급속충전 전력이 훨씬 낮을 수 있습니다.
또 같은 차량이라도 현재 배터리 충전량이 다르면 충전속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차량은 배터리가 15%이고 다른 차량은 이미 75%라면 같은 충전기에 연결해도 충전전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배터리 온도
외부온도
배터리 상태
충전기 상태
충전시설의 전력 공급 상황
등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충전기에 표시되는 최대 출력 숫자만 보고 실제 충전시간을 단순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무조건 350kW 충전기를 찾아갈 필요가 있을까?
그렇다면 전기차 운전자는 항상 가장 높은 출력의 충전기를 찾아가야 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내 차량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충전성능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내 차가 100kW라면?
예를 들어 자동차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충전전력이 약 100kW 수준이라면 350kW 충전기를 사용해도 350kW의 성능을 모두 활용할 수 없습니다.
주변에 100kW급 충전기가 비어 있고 350kW 충전기에 대기줄이 길다면 굳이 초급속을 기다리는 것이 시간상 유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오닉5나 EV6처럼 높은 급속충전 성능을 지원하는 차량이라면 350kW급 충전기의 장점을 크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장거리 운전에서는 충전시간 차이가 누적되기 때문에 의미가 커집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빠른 충전기가 어디 있지?”
가 아니라
“내 차가 실제로 얼마나 받을 수 있지?”
를 먼저 아는 것입니다.
전기차 충전시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
초급속충전을 제대로 활용하고 싶다면 몇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먼저 내 차량의 최대 급속충전 성능과 권장 충전조건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장거리 운전에서는 배터리가 너무 많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계속 충전하기보다 차량 특성에 맞는 효율적인 충전구간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겨울철에는 차량이 지원한다면 배터리 프리컨디셔닝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충전소에 도착했을 때는 충전기의 최대 출력뿐 아니라 실제 충전이 시작된 뒤 차량이나 충전기에 표시되는 현재 충전전력(kW)도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하면,
충전기 최대 출력 확인
→ 내 차량 최대 충전성능 확인
→ 현재 배터리 잔량 확인
→ 배터리 온도 확인
→ 실제 충전전력 확인
순서로 보면 됩니다.
350kW라는 숫자 하나만 보고 충전속도를 판단하는 것보다 훨씬 정확합니다.
BIGUP의 의견
전기차 충전에서 가장 헷갈리는 것이 충전기에 적힌 숫자를 실제 충전속도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350kW 충전기는 최대 350kW를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모든 전기차가 항상 350kW로 충전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라면 전기차를 구입할 때 주행거리뿐 아니라 최대 급속충전 성능과 10→80% 실제 충전시간도 함께 비교하겠습니다. 장거리 운전을 자주 한다면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실제 충전속도와 시간은 차량·배터리 충전량·배터리 온도·외기온도·충전기 상태 및 전력공급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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