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갤럭시 버즈가 보청기 대신?|AI 이어폰이 바꾸는 청력 관리

 

무선 이어폰은 지금까지 음악을 듣거나 통화할 때 사용하는 기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역할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애플 에어팟에 이어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까지 일부 제품이 미국에서 일반 이어폰을 넘어 OTC 보청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2026년 8월 갤럭시 버즈의 보청기 기능이 미국 FDA 허가를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호환되는 제품에서는 약 5분간 청력 테스트를 한 뒤 사용자의 청력 상태에 맞춰 잘 들리지 않는 소리를 증폭해주는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보청기를 따로 구입하지 않고 평소 사용하던 이어폰만 착용하면 되는 걸까요?

생각보다 가능성은 커졌지만 누구에게나 기존 보청기를 대신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어폰이 어떻게 보청기 역할까지 하게 됐을까?

보청기와 무선 이어폰은 전혀 다른 제품처럼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마이크를 통해 외부 소리를 받아들이고 필요한 소리를 귀에 전달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최근 무선 이어폰에는 여러 개의 마이크와 강력한 프로세서가 들어가면서 주변 소리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능력이 크게 좋아졌습니다.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반대로 사용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노이즈 캔슬링은 주변 소음을 줄여주는 기술입니다.

그런데 이 기술을 반대로 생각하면 필요한 소리는 살리고 불필요한 소리는 줄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목소리는 강조하고 주변 소음은 억제하는 식입니다.

여기에 빔포밍 기술을 이용하면 앞쪽에서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에 좀 더 집중하도록 만들 수도 있습니다.

즉 최신 이어폰은 단순한 스피커가 아니라 주변 소리를 분석하고 다시 가공해 귀에 전달하는 작은 컴퓨터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개인별 청력에 맞춰 소리를 조절한다

사람마다 잘 들리지 않는 소리의 영역이 다릅니다.

누군가는 높은 음역대가 잘 들리지 않고 다른 사람은 특정 주파수에서 청력이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모든 소리를 크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청력 보조가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청력검사 결과를 토대로 사용자가 잘 듣지 못하는 영역을 찾아 그 부분을 개인별로 조절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에어팟은 이미 미국에서 OTC 보청기로 허가받았다

애플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미국 FDA는 2024년 에어팟 프로의 호환 모델에서 사용할 수 있는 Hearing Aid Feature를 OTC 보청기 소프트웨어로 허가했습니다.

대상은 18세 이상이면서 스스로 경도에서 중등도의 청력저하를 느끼는 성인입니다.

쉽게 말하면 에어팟 프로에 해당 기능을 적용하면 단순히 주변 소리를 크게 들려주는 기능을 넘어 개인의 청력 특성에 맞춘 보조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보청기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평소 사람들이 음악을 들을 때 사용하는 에어팟을 그대로 착용하기 때문에 기존 보청기 착용에 부담을 느꼈던 사람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갤럭시 버즈까지 들어왔다

삼성전자도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2026년 8월 삼성전자의 Galaxy Buds Hearing Aid 기능이 미국 FDA 허가를 받았습니다.

대상은 18세 이상으로 스스로 경도에서 중등도 수준의 청력저하를 느끼는 사용자입니다.

5분 정도면 청력 테스트까지 한다

삼성의 방식에서 재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호환되는 갤럭시 기기의 설정에서 갤럭시 버즈를 이용해 약 5분 동안 청력 테스트를 할 수 있습니다.

양쪽 귀를 각각 검사해 청력도를 만들고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별 청력 특성에 맞게 소리를 조정합니다.

삼성은 이 청력 테스트 기능을 의료기기 소프트웨어(SaMD)로 등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잘 안 들리는 소리를 골라서 키운다

검사가 끝나면 단순히 전체 볼륨을 높이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용자가 잘 듣지 못하는 높은 주파수나 작은 목소리, 멀리서 들리는 목소리 등을 청력 프로필에 맞춰 증폭합니다.

주변 소음을 줄이는 노이즈 제거와 앞쪽 목소리에 집중하는 빔포밍 기술도 사용됩니다.

보청기에 사용되는 NAL-NL2 피팅 방식도 적용됐습니다.

어떤 갤럭시 버즈에서 사용할 수 있을까?

여기서는 주의해야 합니다.

모든 갤럭시 버즈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은 아닙니다.

삼성 발표 기준 대상 제품은 갤럭시 버즈3 프로와 갤럭시 버즈4 프로입니다.

또 완전한 기능을 사용하려면 One UI 9 이상을 지원하는 호환 갤럭시 기기가 필요합니다.

삼성은 미국과 규제 승인을 받은 일부 시장에서 2026년 4분기부터 해당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현재 한국에서 갤럭시 버즈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바로 미국의 OTC 보청기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국가별 의료기기 규제와 지원 모델, 소프트웨어 버전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에어팟과 갤럭시 버즈가 주목받는 진짜 이유

단순히 '이어폰에 새로운 기능 하나가 추가됐다'고 보면 이 변화의 의미가 작아집니다.

기존 보청기 시장에는 몇 가지 진입장벽이 있었습니다.

가격이 부담스럽거나 보청기를 착용했다는 사실 자체를 신경 쓰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청력저하를 인정하기 싫어 사용을 미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에서 15억 명 이상이 어느 정도의 청력손실을 경험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약 25억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평소 사용하는 이어폰이 청력보조 기능까지 갖추게 된다면 청력 관리의 진입장벽이 상당히 낮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전문 보청기와 똑같은 것은 아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에어팟이나 갤럭시 버즈가 있으니 이제 보청기는 필요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현재 FDA가 허용한 OTC 보청기 기능의 대상은 기본적으로 18세 이상 성인의 경도~중등도 수준의 청력저하입니다.

심한 난청이 있거나 갑자기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경우, 귀 통증이나 이명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라면 이어폰 기능만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전문적인 검사와 치료가 필요한 문제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 역시 해당 기능이 의료전문가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AI가 들어오면 무엇이 더 달라질까?

앞으로 더 흥미로운 부분은 AI입니다.

지금도 최신 이어폰은 주변 소음을 분석하고 특정 방향의 목소리를 강조할 수 있습니다.

AI가 더 발전하면 단순히 볼륨을 조절하는 것을 넘어 어떤 소리가 지금 사용자에게 중요한지를 판단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 마주 앉은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커피머신 소리와 음악, 주변 사람들의 대화는 줄이고 바로 앞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최근 OTC 보청기에도 여러 개의 빔포밍 마이크와 음성분리 기술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IFA 2026에서는 앵커도 주변 소음 속에서 대화를 분리하는 기술을 적용한 OTC 보청기를 공개했습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이어폰과 보청기의 경계가 점점 흐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어폰으로 청력 관리하는 시대가 올까?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스마트워치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알림을 확인하고 운동량을 기록하는 기기였습니다.

지금은 심박수와 수면, 심전도 등 건강관리 기능까지 영역을 넓혔습니다.

이어폰도 비슷한 길을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음악 감상
→ 노이즈 캔슬링
→ 주변음 듣기
→ 청력 테스트
→ 개인별 소리 보정
→ 청력보조

이런 흐름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앞으로 무선 이어폰을 선택할 때는 음질과 노이즈 캔슬링뿐 아니라 청력 건강 기능도 중요한 구매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BIGUP의 의견

이번 변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에어팟과 갤럭시 버즈가 기존 보청기를 없앨 것인가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청력 관리를 시작하는 시점이 훨씬 빨라질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예전에는 TV 소리를 계속 크게 틀거나 시끄러운 식당에서 상대방 말을 자꾸 되묻게 돼도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 넘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평소 사용하던 이어폰으로 청력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소리를 개인별로 보정할 수 있다면 청력 문제를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어폰의 기능이 좋아졌다고 해서 갑작스러운 청력저하나 심한 난청까지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어폰은 청력 관리의 입구가 될 수 있지만 모든 청력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라는 구분이 필요합니다.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 보청기 기능 공식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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